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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농민신문(2018.4.23)/정가·수의매매, 농가 수취값 안정 등 본래 목적 실종
작성자 관리자 날짜 2018.04.26 조회수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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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가·수의매매, 농가 수취값 안정 등 본래 목적 실종

입력 : 2018-04-23 00:00 수정 : 2018-04-24 14:52


2015년 이후 성장 제자리걸음 법인들 ‘할당량 채우기’ 급급

거래실적 33%가 수입 농산물 전문가 “빛 좋은 개살구” 비판

도매법인들, 투자에 신경 쓰고 정부도 실적 중심서 벗어나야
 


경매제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도입한 정가·수의매매가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거래량이 정체된 데다 관리·감독을 해야 할 정부나 유통주체 모두 본래의 도입 취지를 살리는 데 소홀하고 있어서다.

정부는 2012년 시장 반입량에 따라 가격 등락폭이 큰 경매의 단점을 보완하고 거래 안정성을 확보해 농민과 소비자 모두에게 이익을 주기 위해 공영도매시장에서의 정가·수의매매 거래를 허용했다. 하지만 농산물 유통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정가·수의매매를 두고 ‘빛 좋은 개살구’란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정체된 정가·수의매매 거래=중앙 공영도매시장이라 일컬어지는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도 정가·수의매매의 성장은 정체돼 있다.

거래물량은 2012년 19만4120t에서 2017년 34만5854t까지 늘었으나, 연도별로 살펴보면 2015년 이후에는 사실상 제자리걸음인 상황이다. 한 시장 관계자는 “지금은 도매법인별로 정부가 매년 정해준 실적만 채우는 꼴”이라고 말했다.

정가·수의매매 실적은 내용 면에서도 실망스럽다. 2017년 기준으로 전체 정가·수의매매 거래실적 중 33.4%는 수입 농산물 차지다. 통관과 동시에 가격이 결정되는 수입 농산물로 손쉽게 거래물량을 채웠다는 비판이 계속됐던 이유이기도 하다.

지난해 2월 감사원도 이런 현실을 꼬집었다. 정가·수의매매 실적이 결제대금 저리융자나 도매법인 평가에 반영되는 만큼, 국내산 농산물만 정가·수의매매 실적으로 반영해야 취지에 맞는다며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당시 한 도매법인은 수입 농산물이 포함된 정가·수의매매 실적으로 2015년에만 19억2000만원을 지원받은 것이 드러나 공분을 샀다.

감사원 지적과 함께 농업계를 중심으로 비판 여론이 확산하자 농림축산식품부는 2017년부터 국내산 농산물 취급실적만 정가·수의매매 평가 목표치에 반영하고 있다.



◆투자에 소홀한 도매법인=농산물 유통 전문가들은 정가·수의매매의 거래 침체원인을 도매법인들의 무관심에서 찾는다. 한 전문가는 “담당 부서를 만들고 전담 인력을 지정한 도매법인도 있지만 경매사 확충 등 전반적인 투자에 소홀한 게 사실”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실적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도매법인의 정가·수의매매 비중은 확연히 낮다”고 덧붙였다.

실제 국내산 농산물의 거래물량 가운데 정가·수의매매 비중은 도매법인간에 격차가 크다. 지난해 기준으로 도매법인마다 최소 4.1%에서 최대 18.9%까지 4배나 차이 났다.

익명을 요구한 한 도매법인 관계자는 “대부분 도매법인이 수익문제로 모기업의 눈치를 보는 상황”이라며 “각 회사 내부에서조차 인력투자를 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지만 윗선에서 요지부동”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한민수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정책조정실장은 “중앙 공영도매시장의 도매법인으로서 제 역할을 다해야 할 것”이라며 “경매사 확충 등 인력투자 확대를 통해 정가·수의매매 활성화에 힘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실적 중심’ 벗어나야=정부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매년 목표 실적을 정해놓은 뒤 도매법인들을 닦달한다고 정가·수의매매가 활성화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농식품부는 3월30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aT센터에서 ‘2018년 공영도매시장 정책추진방향 설명회’를 열고, 정가·수의매매 내실화를 주요 과제로 꼽았다.

구체적으로는 국내산 농산물의 ▲예약형 정가·수의매매 규모 확대를 비롯해 ▲비계량 지표 비중 확대 ▲지속적인 정책자금 지원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도매법인별로 거래 목표량을 정해주는 정책방향만큼은 그대로였다.

한 전문가는 “정부가 지금까지 목표량을 할당한 게 정가·수의매매 정착에 도움이 된 건 사실”이라면서도 “이제는 양적 성장이 아니라 질적 성장에 더 신경 써야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형 유통업체나 전자상거래업체 등 변화하는 농산물 유통환경에 걸맞은 거래처 확보가 핵심”이라고 덧붙였다.

권승구 동국대 식품산업관리학과 교수도 “무조건 목표량을 할당한다고 정가·수의매매가 활성화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정가·수의매매 활성화의 전제조건인 산지조직화나 매매참가인 참여 확대 등에 정부가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현진 기자 jin@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