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하단 바로가기

Federation Information 유통자료실

농산물 유통관련 자료

제목 농민신문(2018.5.18)/가락시장 도매법인, 출하자 지원 제자리
작성자 관리자 날짜 2018.05.21 조회수 926
첨부파일


가락시장 도매법인, 출하자 지원 제자리

입력 : 2018-05-18 00:00 수정 : 2018-05-18 13:32


가락시장. 농민신문DB

6개 도매법인 당기순이익 총액 지난해 227억…9년 전의 2배

농가 지원은 연 2억 안팎 그쳐 중도매인 지원의 절반도 안돼

현안 해결 위한 기금 조성 등 출하자와의 상생 의지 보여야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의 도매법인들을 향해 농업계 안팎에서 매년 나오는 비판이 있다. 해마다 수십억원씩 당기순이익을 올리면서도 정작 농민 등 출하자에 대한 지원은 제자리걸음이라는 지적이다. 출하자가 낸 위탁수수료로 돈을 버는 공영도매시장 도매법인들이 공공성 차원에서 수익의 일부를 환원하는 일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게 요지다.

 


가락시장 6개 도매법인들의 2017년 당기순이익 총액은 227억4000여만원에 이른다. 2008년과 견주면 2배 넘게 뛰어오른 액수다. 지난 몇년간을 살펴봐도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수익 자체는 꾸준하다. 이유는 간단하다. 위탁수수료가 그만큼 많기 때문이다. 전체 수입에서 위탁수수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2017년 기준 95.7%에 달한다.

한 시장 관계자는 “결국 출하자에 의존해 수익을 내는 구조”라며 “매년 가락시장의 농산물 취급액이 오름세이니 사업의 안정성도 높다”고 설명했다.

도매법인들은 주식회사가 수익을 내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항변한다. 위탁수수료 말고는 다른 수익사업을 벌일 수 없다는 사실도 강조한다. 더불어 공식적인 판매장려금은 물론이고 포장재값·물류비 등도 최대한 지원 중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농업계에서는 도매법인의 설립목적을 되짚어보라고 꼬집는다. 농산물의 원활한 유통과 적정가격 창출로 농민에게 이바지한다는 본래 취지에 더 힘써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도매법인들 스스로 주장해왔듯 ‘단순한 주식회사’가 아니라는 뜻도 담겼다.

한 농민단체 관계자는 “공영도매시장에서 경쟁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나올 때마다 도매법인들은 자신들이 지닌 특수한 역할을 내세우곤 했다”며 “그런 주장에 어긋나지 않게 수익을 농민들과 공유하는 데 더 힘써야 옳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늘 공익적 역할을 운운하고 있으나 실상은 덜도 더도 아닌 수수료 사업자일 뿐”이라며 “제 역할을 못한다는 비판이 어째서 계속 나오는지 돌아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출하자와 중도매인에게 환원하는 금액만 비교해도 답이 나온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각 도매법인은 매년 출하자보다 상인인 중도매인에게 더 많은 지원금을 쏟아붓고 있다. 소속 중도매인 조합의 사무실 운용비, 저온창고 임대료, 청소비 분담금, 해외연수비, 야유회·체육대회 같은 행사비 등의 전액 또는 일부를 내주는 상황이다. ‘발전기금’이나 ‘특별지원금’ 형태로 수천만원을 지원하는 일도 잦다. 이같은 금액을 모두 합치면 도매법인마다 연간 3억~8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출하자에게는 포장재값과 물류비 등을 일부 지원하지만, 그 규모는 중도매인 지원금과 견줘 절반(연간 2억원 안팎)도 안된다는 게 시장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도매법인 사이에서는 반발과 반성이 엇갈린다.

한 도매법인 관계자는 “중도매인 관리가 이뤄져야 그들에게 적극적으로 농산물의 분산에 나서달라고 요구할 수 있다”며 “단순히 지원 금액 차이만 두고 한쪽에 쏠렸다고 평가하는 건 지나치다”고 맞받았다.

또 다른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출하자 지원에 소홀했던 건 사실”이라며 “이 문제로 몇년 전 도매법인들이 일종의 ‘공익기금’ 마련을 위한 워크숍도 열었으나 이해관계와 입장이 달라 의미 있는 결과를 만들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농민단체와 전문가들은 도매법인들이 구체적인 행동에 나설 것을 촉구하고 있다. 하차거래 전환이나 농약허용물질목록관리제도(PLS) 시행 등 당장 출하자들에게 도움을 줘야 할 현안이 차고 넘치기 때문이다.

특히 몇몇 도매법인이 200억원을 웃도는 사내유보금을 지닌 것에 비춰보면 지원 여력도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한민수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정책조정실장은 “출하자 지원은 공영도매시장 소속 도매법인의 정체성과 직결된다”며 “고민만 거듭하기보다 작더라도 할 수 있는 일부터 실천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정말 공익기금을 마련하겠다는 뜻이 있다면 공론화에 나서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학계의 한 전문가는 “출하자 지원에 반드시 큰돈을 들이라는 것은 아니다”라며 “일례로 소비지에서 꾸준히 농산물 판촉행사를 여는 것처럼 도매법인들이 출하자와 상생하려는 의지를 구체화하고 적극적으로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현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