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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농민신문(2018.6.1)/‘양파’ 풍작 예상했는데…이상기후·병해로 상품성 ‘뚝’
작성자 관리자 날짜 2018.06.04 조회수 8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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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파’ 풍작 예상했는데…이상기후·병해로 상품성 ‘뚝’

입력 : 2018-06-01 00:00 수정 : 2018-06-03 10:39            
5월29일 전남 무안군 무안읍 매곡리의 한 양파밭에서 농장주 박남태씨(가운데)와 무안농협 직원 등이 상품성이 떨어지는 양파를 살펴보고 있다.

주산지 전남 무안·경남 창녕 5월 잦은 비·고온현상 영향 노균병·잎마름병 등 발생 구 제대로 못 커 작황 저조

수급안정 대책 참여농가들 구 작은 중하품 늘어 한숨만

대파비·농약대 실비 지원 등 정부의 선제적 대응책 시급
 


“수확을 눈앞에 둔 양파의 후기 작황이 나빠 큰 걱정입니다. 이상기후로 병해가 심해 중하품이 대부분입니다.”

5월29일 오전 전남 무안군 무안읍 인근 양파밭. 수확을 앞둔 양파를 바라보는 농민들은 후기 작황이 생각 이상으로 나쁘다며 한숨을 쉬었다. 생기를 잃고 누렇게 변한 양파 줄기는 힘이 없어 어지럽게 눕혀져 있었고, 양파 역시 구가 작게 형성되거나 일부분이 썩어 있었다. 4월23일 이후 25~30℃의 무더운 날씨와 잦은 비가 번갈아 이어지면서 노균병·잎마름병 등이 창궐한 탓이다.

매곡리에서 1만8180㎡(5500평) 규모로 양파농사를 짓는 박남태씨(65)는 “평년 기준으로 품질 좋은 양파의 수확량이 절반 이상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면서 “상품성이 떨어지는 지름 5~6㎝ 내외 양파들은 시장에 내놓기도 어려워 이것들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고민이 많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 그는 “예전 같으면 상품성이 떨어지는 양파들을 라면 제조업체들이 수프용으로 전량 수매하기도 했는데, 최근에는 이마저도 외국산 양파에 자리를 내주게 되면서 판로가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경남 창녕군 이방면에서 양파를 재배하는 이주호씨 밭에서 이방농협 손희식 과장(오른쪽)과 임재진 과장대리(왼쪽)가 양파를 뽑아 품질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경남의 양파 주산지인 창녕지역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1만6528㎡(5000평) 규모의 양파농사를 짓고 있는 이주호씨(57·이방면 모곡리)는 “5월에 잦은 비와 고온현상이 나타나고, 아침저녁으로는 기온이 떨어지면서 양파 구가 제대로 크지 못하고 있다”며 “수확을 앞둔 양파가 기대와는 달리 작황이 크게 저조하다”고 씁쓸하게 말했다.

3~4월만 하더라도 비가 적당히 내려 생육이 좋았는데 한창 구 비대가 이뤄지는 5월에 접어들면서 고온과 저온이 반복되는 극심한 기후변화로 양파가 생육장해를 본 것이다. 2017년 가을 가뭄피해와 올겨울 언피해를 본 밭은 양파뿌리가 약해져 작황이 더욱 부진한 상황이다.

2만3140㎡(7000평) 면적에 양파를 재배하는 노태문씨(52·석리)는 “초봄 일기가 좋아 중만생종 생산량이 크게 늘 것으로 예상했는데, 수확철이 임박해 양파를 뽑아보니 구가 작다”며 “게다가 노균병 등 병 발생이 늘어 수확량 감소는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작황 악화로 상품(上品) 생산비율도 크게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서판래씨(52·영산면 봉암리)는 “지역에 노균병·잎마름병이 많이 번져 잎이 고사한 게 많다”며 “생산량은 30% 이상 줄고 시장에 내다팔 수 있는 상품 양파는 적을 것으로 보여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재배면적 증가에 따른 가격하락을 막기 위해 정부의 수급안정 대책에 참여한 농가들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이종우씨(49·유어면 가항리)는 “3만6363㎡(1만1000평) 중 4958㎡(1500평)를 갈아엎었는데 수확을 앞두고 구가 작은 중하품이 늘어날 것으로 보여 못내 아쉽다”며 “시장에 중하품이 쏟아져 나오면 가격이 크게 떨어질 텐데, 인건비 부담은 늘고 소득은 줄어들 것으로 예상돼 속이 쓰리다”고 말했다. 손문태 창녕양파연구회 사무국장(51·장마면 강리)은 “중하품이 시장에서 격리돼야 하는데 오히려 늘어 농가들이 이래저래 허탈하게 됐다”고 한숨지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전국 양파 재배면적은 2만3114㏊로 평년 면적인 1만9682㏊보다 17% 이상 증가했다. 이를 감안해 농림축산식품부는 올해 17만8000t 정도가 과잉생산될 것으로 보고 수급대책을 세웠다. 시장격리 11만3000t(생육기 산지폐기 1만7000t, 농가 자율감축 8만1000t, 수출 1만5000t), 소비확대 4만5000t, 정부수매 2만t으로 수급을 조절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이상기후로 양파 생산량이 급감함에 따라 수급·가격 안정대책을 대폭 수정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구가 작거나 병에 노출된 저품위 양파가 시장에 대량 유통될 가능성이 커져 상품성 있는 양파 가격에까지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팽배해지고 있다.

수확기 작황 부진이 예상외로 심각해지자 지역 농민단체와 주산지 농협들은 선제적인 정부의 대응책을 요구하고 나섰다.

전국농민회총연맹 광주전남연맹은 5월28일 성명을 통해 “전남지역이 전국 양파 생산량의 45%를 차지하는 주산지인데, 농가에 따라 재배면적의 50~70%가량에서 재해가 발생해 상품 생산이 크게 준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정부는 전국 양파 예상 생산량을 보다 면밀하게 재집계하고, 재해를 본 농가에 대해선 대파비·농약대와 자체폐기 실비 지원 등 피부에 와닿는 대책을 하루빨리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미남 무안농협 조합장은 “중하품 양파의 시장진입을 차단해 상품성 좋은 양파 가격을 지지하고 농가의 소득보전 효과를 높이려면 자율감축분 8만1000t을 정부가 나서서 시장격리 조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무안=이문수, 창녕=노현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