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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농민신문(2018.11.23)/“가을 배추·무 농사 또 손해…갈아엎을 판”
작성자 관리자 날짜 2018.11.26 조회수 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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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배추·무 농사 또 손해…갈아엎을 판”

입력 : 2018-11-23 00:00 수정 : 2018-11-25 00:03


강원 춘천시 서면의 배추밭에서 막바지 배추 수확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강원 춘천시 서면 일대 막바지 수확작업 한창

시세, 출하비용 못 미쳐 인력 구하기도 힘들어

밭 싹쓸이하는 ‘이삭꾼’ 농민들 심기 더 자극 “빚 느는 농사 언제까지…”

 

“혹시나 했는데 또 마이너스네요.”

19일 가을 무·배추 막바지 수확작업이 한창인 강원 춘천시 서면 일대. 농민들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특히 전날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에 무를 출하한 농가들은 무값보다 출하비용이 더 들었다고 푸념했다.

김두순씨(54·신매리)는 “5t 차량 한대당 수확작업비·상자값·운임비만 해도 160만원이 넘는데 무 경락값은 고작 130만~140만원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는 “투입비용에 한참 못 미치는 시세 탓에 차라리 밭을 갈아엎고 싶은 심정”이라고 덧붙였다.

서면지역의 가을 무·배추 재배면적은 132만2314㎡(40만평)에 달한다. 본격적인 김장철이지만 완제품 김치 소비가 늘면서 무·배추 시세는 약세를 면치 못하는 분위기다.

배추농가 홍윤표씨(62·신매리)는 “배추 3포기 한망당 도매시장 시세가 5000원은 돼야 하는데 3000원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며 “예년엔 992㎡(300평)당 차량 한대분을 수확했지만 올해는 작황부진으로 1322㎡(400평) 정도 작업을 해야 그만한 물량이 확보되는 등 채산성이 뚝 떨어졌다”고 밝혔다.

농민들은 특히 올해 수확·상차 작업비가 지난해보다 한대당 10만원쯤 오른 60만~70만원에 형성된 데다 인력 구하기마저 ‘하늘의 별 따기’라고 하소연했다. 내국인 인력은 찾아보기 어렵고 불법체류 외국인을 잘못 고용했다간 단속에 적발될 수 있어 어려움이 가중된 상황이다.

홍종용씨(62·금산리)는 “숙련된 내국인 작업자는 그야말로 모셔야 할 대상”이라며 “수확시기를 놓치면 안되니까 작업비를 높게 불러도 받아들여야 하고, 수확이 며칠씩 이어질 때는 별도로 숙소를 마련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또 “최근 해가 짧아지면서 작업시간마저 준 탓에 물량을 못 채워 오늘은 대기하던 운송차량 4대 중 한대를 그냥 돌려보냈다”며 “어쨌든 대기비용은 줘야 해 수확도 못하고 공돈만 날린 셈”이라고 했다.

수확을 마친 밭에 달려드는 ‘이삭꾼’들은 가뜩이나 불편한 농민들의 심기를 더 자극한다. 규격이 작아 출하하지 않고 밭에 남긴 배추를 이삭꾼들이 싹쓸이해 차에 실어가기 때문이다.

유승달 신매리 이장(53)은 “이삭줍기식으로 배추를 가져가서 자가소비는 물론 시장에 내다 파는 이도 있다”며 “하루종일 밭을 지키고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어서 애꿎은 농가들만 속앓이할 뿐”이라고 전했다.

들녘 곳곳에선 물가관리에만 골몰하는 정부 처사에 대한 원망의 소리가 들렸다. 농산물값이 높을 땐 정부가 비축물량 방출에 외국산 농산물까지 풀다가 정작 생산비도 건지기 어려울 때는 본체만체한다는 것이다.

농민들은 “정책당국이 다른 건 몰라도 농산물값은 꼭 잡아야 한다는 인식이 강한 것 같아 씁쓸하다”며 “언제까지 빚만 늘리는 농사를 지어야 할지 모르겠다”고 입을 모았다.

춘천=홍경진 기자 hongkj@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