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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중앙일보(2019.6.4)/농식품부 경매제 고수…도매협회에 퇴직관료 낙하산 있었다
작성자 관리자 날짜 2019.06.04 조회수 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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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식품부 경매제 고수…도매협회에 퇴직관료 낙하산 있었다


 
이상한 농수산물 유통<하>
지난 1월 서울시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 상인들이 과일 경매를 준비하고 있다. [뉴스1]

지난 1월 서울시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 상인들이 과일 경매를 준비하고 있다. [뉴스1]

전국 최대의 공영 도매시장인 가락시장의 농산물 가격이 대형마트보다 비싼 이유는 6개 도매법인의 독점권 때문이다. 도매법인을 통하지 않으면 가락시장에서 농산물을 팔 수 없다. 이들이 독점권을 행사하며 5%의 수수료를 챙기고, 경매를 해서 가격을 올리기도 한다. 대형마트는 전국 산지에서 질 좋은 제품을 값싸게 사다가 소비자에게 팔려고 노력하지만 도매법인은 대체로 들어오는 물건을 경매한다.  
 

농식품부 출신 잇따라 부회장 맡아
도매법인 이익 대변, 독점 옹호
서울시 “농민·도매상인 직거래를”
대안 내놔도 농식품부 승인 불허

이들의 독점권은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 안정에 관한 법률(농안법)이 보장한다. 전국 대부분의 농산물이 도매법인 경매를 통과해야 소비자에게 간다. 이로 인해 때로는 소비자가 대형마트보다 비싼 제품을 먹어야 한다. 농안법은 농식품부 소관이다.
 
가락시장의 운영을 맡고 있는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이하 서울시공사)는 2012, 2015년 시장도매인제를 도입해 도매법인의 독점권을 깨려고 시도했다. 농식품부에 승인을 요청했지만 무산됐다. 농민-도매상인(시장도매인)-소매상으로 유통단계를 단순화하려는 시도다. 종전대로 도매법인의 경매 방식을 유지하되 농민-도매상인 직거래 방식을 병행해서 경쟁을 유발하려 했지만 실패했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서울시공사 신장식 팀장은 “도매법인이 유통단계에서 빠지면 중간마진이 줄고, 유통상인 간 경쟁이 촉진돼 소비자와 농민에게 이윤이 돌아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태성(더불어민주당) 서울시의원은 “가락시장 도매법인의 독과점으로 농가와 소비자가 모두 피해를 본다. 도매법인이 과다한 영업이익을 내 손실을 끼친다”며 “도매법인 독점 구조는 유통 환경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에 독점권을 깨기 위해 농안법을 조속히 개정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 의원은 “도매법인은 퇴직 공무원을 영입해 정부의 로비 창구로 삼고, 농식품부는 도매법인을 옹호해 준 것”이라고 의혹을 제기한다.
 
가락시장(6개)을 포함한 전국 37개 도매법인 모임이 한국농수산물도매시장법인협회다. 여기 상근부회장은 농식품부의 국·과장급 퇴직 공무원의 낙하산 자리다. 현재 심재규 부회장은 농가소득안정추진단(국장급)을 역임하고 지난해 6월 취임했다. 임기는 2년이다. 그 전 부회장은 농림축산검역본부 인천공항지역본부장, 그 전에는 일반직 고위 공무원 출신이다. 중앙일보가 2006년 이후만 확인했더니 모두 농식품부 ‘관피아(관료+마피아)’ 낙하산이었다.  
 
이 협회는 지난해 대전 농산물시장이 도매법인의 위탁수수료율을 7%에서 6%로 내리기 위해 조례 개정을 시도하자 절차상 하자 등의 이유를 들어 반대했고, 대전시 의회가 결국 포기했다.
 
이정삼 농식품부 유통정책과장은 “도매법인의 경매제는 실시간 가격을 조회할 수 있고 투명하게 관리되지만, 시장도매인은 판매금액을 자발적으로 신고한다”며 반대한다. 이 과장은 “기존 가락시장의 유통 주체인 도매법인과 시장도매인제 도입에 대한 합의를 도출하는 게 선결 과제”라고도 말했다.
 
오세복 한국농수산물도매시장법인협회 전무는 "도매법인은 농산물 분야에서 국내 유일한 공영 도매상으로 농민 이익과 공익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말했다. 낙하산 논란에 대해서도 "전직 공무원이 한 명 있다고 정책이 좌우되진 않는다”고 반박했다. 이 과장도 “(유착) 의혹을 제기해 논지를 흐리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김경호 서울시공사 사장은 “올해 안에 농식품부와 담판을 지어 승인을 받아낼 것”이라면서 “또 불승인이 나면 농안법을 개정해서라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도 도매법인 독점권을 깨야 한다고 조언한다. 성진근 충북대 명예교수는 “현재 농민들이 지방에서 물건을 싣고 새벽같이 출발해도 가락시장 경매시간에 도착하지 못하면 도로 싣고 돌아가거나 버려야 한다”며 “시장이란 게 소비자는 한 푼이라도 싸게 사고, 생산자는 한 푼이라도 더 받아서 팔 수 있어야 하는데, 농식품부가 시장도매인제 도입을 막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윤두 건국대 국제통상학부 교수는 “주무부처인 농식품부가 뒷짐을 지고 있는 한 도매법인의 기형적인 독점 구조는 깨지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가락시장 도매법인 6곳 중 4곳, 농산물 유통과 무관한 기업 소유
가락시장에는 농협가락공판장·대아청과·동화청과·서울청과·중앙청과·한국청과 등 6개의 도매법인이 있다. 농협과 대아청과를 제외한 4개의 지분 보유자는 농산물 유통과 무관하다.
 
서울청과는 고려제강이 지분의 100%를 갖고 있다. 고려제강은 철강선재 업체로 자산 규모가 2조원대에 이른다. 중앙청과는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의 형인 서영배 회장과 태평양개발이 각각 60%, 4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서영배 회장이 부동산 개발업체인 태평양개발 지분 100%를 갖고 있다.  
 
동화청과는 원양어업을 하는 신라교역, 한국청과는 사모펀드인 더코리아홀딩스가 소유주다.
 
지난해 도매법인이 농민에게 거둔 위탁수수료가 1686억원, 당기순이익은 149억원이다. 56억원을 배당으로 가져갔다.
 
김윤두 건국대 교수는 “거액의 배당은 물론 동화청과의 경우 두 차례 매각을 통해 500억원대 차익이 실현됐다”고 지적했다.
 
박형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