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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농민신문(2019.7.10)/변죽만 울리는 정부 마늘 수매, 농심도 울렸다
작성자 관리자 날짜 2019.07.11 조회수 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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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죽만 울리는 정부 마늘 수매, 농심도 울렸다

입력 : 2019-07-10 00:00


제주지역 9개 농협 조합장과 관계자들이 8일 경남 창녕지역 농협 공판장을 긴급히 찾았다. 5일 정부 수매값 발표에도 이날 경매에선 상품 경락값이 크게 낮아 1일 개장 때와 마찬가지로 농가들의 항의가 이어지며 경매가 중단됐다 재개되는 등 파행을 겪었다. 이창철 서귀포 대정농협 조합장(오른쪽 두번째부터)과 성이경 창녕농협 조합장이 경매 대기 중인 마늘을 살펴보고 있다.

수매 물량·가격 확정에 농가 불만 속출…원인은

낮은 가격책정, 상승세 찬물

기대만 못한 정부 가격결정에 수매 참여 대신 시장출하 상당 초반 가격상승 막았단 지적도

지역특성 외면한 수매조건

저온창고 입고물량 대상 제외 수확 이른 제주선 입고 필수적 제주지역 농협 경영악화 우려

안전성 검사 추가로 수매 지연

PLS 전면 시행에 새 절차 추가 실제 수매는 7월 넷째주 예상 정부수매 회의론 확산에 한몫
 



정부가 올해산 마늘 수매 물량과 가격을 5일 확정했다. 하지만 농가들 사이에 오히려 실망감이 확산되면서 경락값에까지 악영향을 주고 있다. ‘장고 끝에 악수 뒀다’는 비판이 강하게 제기된다.



◆“값 지지 위한 거라면 가격 더 높였여야”=농가의 가장 큰 불만은 낮은 수매값이다. 이경재 경남 창녕농협 농산물산지유통센터(APC) 장장은 “그동안 산지가격 지지를 위해선 정부 수매값이 상품 1㎏당 최소한 2500원 이상은 돼야 한다는 산지 얘기가 많았는데도, 결국 2300원으로 결정돼 <대서종>농가들이 크게 허탈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수매는 규격이나 조건이 매우 까다롭기 때문에 고령농가 입장에선 시세차이가 웬만큼 나지 않고서는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산지 초반시세가 워낙 낮다보니 ‘울며 겨자 먹기’로 정부수매에 응하는 경우도 없지는 않겠지만, 일손부족으로 재선별이 여의찮아 시장에 그대로 출하하는 농가들이 적지 않을 거란 얘기다.

이 장장의 지적은 실제 시세로 나타났다. 창녕지역 농협 3곳(창녕·이방·우포 농협)의 공판장 경락값은 1일 개장 때 바닥세로 출발한 시세가 3일간 1㎏당 하루 100~200원씩 소폭이나마 오름세를 보였지만 5일 다시 꺾였다. 8일에도 <대서종> 상품 1㎏당 1500원대에 거래되면서 경매가 중단됐다 재개되는 등 파행을 보였다. 정부수매 약발이 먹히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 중도매인들이 경매에 소극적으로 참여했기 때문으로 파악된다. 산지가격을 끌어올리려던 정부수매가 오히려 초반 가격상승의 발목을 잡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조기수확 현실 고려 안돼”=<남도종> 일부 주산지는 허탈해하는 것을 넘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낮은 가격도 문제지만 정부가 내건 수매조건 때문이다. 정부는 전체 수매물량 2만3000t에 <남도종> 3000t을 포함하면서, 농협 또는 산지유통인이 이미 수매한 물량과 저온창고에 입고한 물량은 제외시켰다.

강승태 제주 서귀포 대정농협 무릉지점장은 “마늘 재배와 관련한 품종별·지역별 특성을 무시한 처사”라고 지적했다. 강 지점장은 “제주지역의 경우 육지부에 견줘 한달 이상 수확이 빠른 까닭에 건조작업을 마친 농가들의 물량을 지역농협들이 저온창고에 보관해주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이를 배제한다면 제주농가들은 수매에 아예 응하지 말란 얘기나 같다”고 꼬집었다.



◆<남도종> 수매한 농협 경영악화 불가피=<대서종>과 <남도종>이 시장에서 엄연히 서로 다른 가격에 거래되는 상황에서 품종에 상관없이 가격을 일률적으로 정한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제주지역 농협들은 5월 농가소득 지지 차원에서 올해산 <남도종> 계약재배물량을 상품 1㎏당 3000원에 사들였다. 정부 수매값과는 큰 차이를 보인다.

김성우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2017년말 발표한 ‘제주산 마늘 경쟁력 강화방안 연구’에서 “제주지역은 햇마늘의 전국 생산량이 파악되기 전인 5월 중·하순에 수매값이 결정돼 전반적인 수급상황과 맞지 않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올해가 그런 해로, 농가소득은 어느 정도 지지될지 모르지만 당장 지역농협의 경영악화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그 와중에 안전성 검사까지…”=안전성 검사 절차가 새롭게 추가된 것도 ‘정부수매 회의론’을 키우고 있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과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올해부턴 정부수매에 참여하려면 aT의 안전성 검사를 별도로 거쳐야 한다.

이춘성 농관원 품질관리과 주무관은 “그동안 정부수매에는 안전성 검사 절차가 없었지만 올해 농약허용물질목록관리제도(PLS)가 전면 시행되면서 해당 마늘에 등록약제만 기준치 내로 썼는지 검사하는 절차가 새롭게 마련됐고, 이를 통과한 농가만 정부수매에 참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재혁 aT 비축사업처 차장은 “안전성 검사는 표본조사로 이뤄지는데, 농협 또는 마을 단위로 표본물량의 시료를 채취해 지정 검사기관에 의뢰한 후 이상이 없다는 통보를 받아야 수매를 진행할 수 있다”며 “시료 채취에서 검사 통보까지 5~7일이 소요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실제 수매가 이뤄지려면 7월 넷째주는 돼야 해 가격회복이 그만큼 더 더딜 수 있다.

김소영 기자 spur222@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