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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농민신문(2021.8.13)/가락시장 가격 체계 개편, 일방적 졸속 추진 ‘논란’
작성자 관리자 날짜 2021.08.17 조회수 4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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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락시장 가격 체계 개편, 일방적 졸속 추진 ‘논란’

입력 : 2021-08-13 00:00 수정 : 2021-08-14 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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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가 서울 가락시장의 가격 산출체계 개편안을 발표하면서 농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사진은 가락시장 경매 모습.

농업계에 사전 설명 없고 연구용역 기간 두달 불과

가락시장 농산물 경락값 정부 각종 농업정책부터 농산물 수급 조절에 활용

무리한 추진 땐 혼란 불가피

전문가, 서울시 독주 우려 “통제장치 확실히 마련해야”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가 서울 가락시장 가격 산출체계 개편을 추진하면서 관계기관과 협의하지 않았던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농업정책에 큰 영향을 끼치는 가격체계 개편을 단기간에 졸속으로 추진해 혼란을 자초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번 일을 계기로 도매시장 현안에 대한 지방자치단체의 독주를 견제할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가락시장 가격체계 개편 일방적 추진…농업계 반발=공사는 가락시장 개장 이래 36년간 유지해온 농산물 가격정보 제공 방식을 대대적으로 개편할 예정이라고 7월29일 발표했다. 개편안은 ‘특·상·보통·하’로 구분되는 현행 등급별 가격 산출체계를 ‘고가 평균, 중가 평균, 저가 평균’ 체계로 전환하는 게 골자다. 그간 가락시장 가격정보가 정확한 유통정보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돼 개편에 나섰다는 게 공사의 설명이다.

문제는 개편안을 발표하기 전까지 농림축산식품부·농민단체 등과 전혀 협의가 없었다는 점이다. 농식품부 유통정책과 관계자는 “연구용역이 진행되는 줄 몰랐고, 개편안 발표 이전에 협의 절차도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농민단체들도 개편안에 대한 사전설명을 전혀 듣지 못했다며, ‘농민을 무시한 안하무인 격 처사’라는 입장이다.

서용석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사무총장은 “가격체계 변경을 추진하며 농민단체와 상의 한마디 없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가격체계 개편이 향후 경락값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명확하게 검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농업계와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개편안을 발표한 것은 큰 문제”라고 비판했다.

공사 관계자는 “가락시장 가격자료가 어떻게 쓰이는지 미처 몰랐고, 관계기관 등과 협의가 미흡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 “최종 개편안은 농식품부 등 관련기관과 협의를 거쳐 확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무리하게 강행하면 정책 혼란 불가피…“졸속 추진” 비판=가락시장은 전국 32개 공영농산물도매시장 중 반입량과 거래금액 등 모든 면에서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이 때문에 가락시장 가격은 농산물 거래의 기준가격 역할을 한다.

가락시장 가격은 각종 농업정책을 추진하는 데 널리 활용된다. 대표적인 것이 농업정책보험인 농작물재해보험과 농업수입(收入)보장보험이다. 가입농가들이 피해를 봤을 때 가락시장의 경락값이 보상단가를 산출하는 기준이 된다. 가락시장 가격체계가 개편되면 보상단가 기준이 바뀔 수밖에 없다.

농식품부 재해보험정책과 관계자는 “가격체계 변경은 보험금을 결정하는 데에도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며 “개편 전후의 가격체계가 연계되지 않으면 정책적 단절도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가락시장 가격은 정부의 수급조절 정책에도 이용되고 있다. 농식품부의 수급조절 매뉴얼은 배추·무·양파·겨울대파 등 수급조절 품목의 위기단계를 설정할 때 가락시장 경락값을 기준으로 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도 관측정보의 가격 동향·전망에서 가락시장 경락값을 활용 한다.

국승용 농경연 농업관측센터장은 “가격체계를 개편하면 기존 ‘특·상·보통·하’ 체계에서 나온 모든 데이터를 ‘고가 평균, 중가 평균, 저가 평균’ 체계에 맞게 바꿔야 하는 등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심지어 농업 관련 소송 때 농산물 피해가격 산정의 기준으로 삼는 것도 가락시장 경락값이다.

전문가들은 공사가 이러한 가락시장 가격체계의 중요성을 간과한 채 졸속으로 개편을 추진했다며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실제로 공사는 가격체계 개편을 추진하면서 제대로 된 여론 수렴을 하지 않았고, 연구용역 기간도 두달에 불과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한 농업 전문가는 “연구용역 보고서에서 절반 이상이 가격 결정에 관한 이론 등 교과서에 나오는 내용을 그대로 옮겨놓은 것이다”며 “정작 중요한 연구 결과는 몇장으로 간략하게 요약돼 있어 공사가 다소 무리하게 추진해 이같은 결과가 나온 것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지자체의 도매시장 관리 독주 ‘논란’…견제장치 마련돼야=전문가들은 가락시장 제도 개선을 서울시가 연이어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데 큰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시장도매인제 도입 추진이 대표적이다. 공사는 농식품부와 농업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가락시장에 시장도매인제 도입을 지속 추진해 논란을 빚고 있다.

이 때문에 지자체가 도매시장 현안에 대해 일방적으로 결정하지 못하도록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이 거세다. 최병옥 농경연 연구위원은 “공사 발표대로 기존 가격체계가 품질 반영 등 문제가 있어 개편하는 것이라면 사전에 농식품부,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등 다양한 기관들을 비롯해 농민단체와도 충분한 협의를 거쳤어야 했다”며 “시장이 결정할 테니 산지는 따라만 오라는 식의 정책 결정은 상당히 위험한 방식”이라고 비판했다.

위태석 농촌진흥청 농산업경영과 연구관도 “가락시장의 정책이 변화하면 나머지 도매시장도 그에 맞춰 따라야 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며 “이런 영향력을 고려하면 가락시장 정책 결정은 농식품부와 협의를 거쳐 이뤄지도록 하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권승구 동국대학교 식품산업관리학과 교수는 “농업정책에 있어 가락시장 등 도매시장의 비중이 큰 만큼, 지자체가 일방적으로 독주할 수 없도록 중앙정부가 통제장치를 확실히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민우 기자 minwoo@nongmin.com
  


(2021-09-14 오후 4:3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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