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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농민신문(2021.11.8)/가락시장 배추 하차거래 시행 눈앞…중도매인 반발로 난항
작성자 관리자 날짜 2021.11.11 조회수 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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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락시장 배추 하차거래 시행 눈앞…중도매인 반발로 난항

입력 : 2021-11-08 00:00 수정 : 2021-11-08 23:48


속박이 물량 피해 보전 없어 골판지 상자 출하 전제 요구

해마다 배추값 들쑥날쑥해 농가 상자 비용 부담 가중

도매시장법인 “합의 우선”

공사, 11월말까지 의견 수렴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가 추진하는 서울 가락시장 배추 하차거래 전환 정책이 시행 한달여를 앞두고 중도매인의 거센 반대로 난항을 겪고 있다. 중도매인들은 골판지 상자 출하가 전제돼야 하차거래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공사가 어떻게 이견을 조정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중도매인 “하차거래 때 ‘재’ 폐지, 골판지 상자 출하해야”=공사는 올 4월 겨울배추를 대상으로 하차거래를 실시한다는 계획을 발표하고, 최근까지 5차례에 걸쳐 ‘배추 하차거래 추진 협의체 회의’를 진행했다. 하지만 시행 한달여를 앞둔 현재까지도 협의에 난항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이해관계자인 중도매인들의 반대가 거센 것으로 알려졌다. 중도매인들은 골판지 상자 출하가 이뤄지지 않으면 하차거래를 반대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시장 관계자들은 이같은 요구가 가락시장에서 십수년간 이어져온 ‘재’라는 관행과 밀접하게 연관된 것으로 보고 있다.

재는 차량 단위 경매 때 차량 한대에 실린 물량의 20%에 대해 실제 등급과 관계없이 이등품 가격을 일괄 적용하는 거래 관행이다.

배추를 취급하는 한 중도매인은 “배추 1000망을 구매하면 300망 정도는 속박이인 경우가 많아 출하자와의 분쟁이 끊이지 않았다”며 “이런 분쟁을 완화하고 속박이로 인한 피해를 보전하고자 출하자·도매시장법인 등과 협의해 속박이 발생률 평균치인 20%에 대해 재를 적용키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차상거래에서 팰릿 단위로 경매가 이뤄지는 하차거래로 전환되면 재 적용은 불가능해진다. 따라서 중도매인들은 재가 없어질 경우 속박이에 대한 대응책으로 골판지 상자 출하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금처럼 그물망에 담아 출하할 경우 외부 충격에 약하고, 더위나 비 등 기후 조건에 따라서도 상품성이 크게 저하되기 때문에 골판지 상자 출하가 이뤄지면 속박이로 인한 피해가 상당 부분 방지된다는 논리다.

김영현 특수품목중도매인연합회장은 “하차거래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 내 재작업, 쓰레기 처리 등 중도매인이 떠안았던 비용을 보전하는 방안을 마련해달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출하자 “골판지 상자 비용 부담 커”…도매시장법인 “이해관계자 합의 필요”=중도매인들의 골판지 상자 출하 요구에 대해 ‘반대를 위한 명분에 불과하다’는 목소리가 일부 산지 관계자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재 관행을 포기하기 싫은 중도매인들이 현실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골판지 상자 출하를 고집한다는 주장이다.

현재 산지에서 10㎏짜리 골판지 상자는 1개당 1250원에 거래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5t 화물차량에 720박스를 싣는다고 가정하면 상자값만 90만원이 추가되는 셈이다.

서정원 겨울배추생산자단체협의회장(전남 해남 화원농협 조합장)은 “지방자치단체에서 박스 출하에 대해 일부 지원하지만 큰 도움은 안될 것”이라며 “골판지 상자 출하가 현실화하면 농가 부담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배추값이 들쑥날쑥한 상황에서 골판지 상자로 인한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광형 한국농업유통법인중앙연합회 사무총장은 “10년간 가락시장 배추값 평균은 10㎏ 한망당 4000원 수준”이라며 “배추값이 폭락할 경우 골판지 상자값 때문에 출하자들이 적자를 보면서 출하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도매시장법인은 하차거래에 동의하지만 출하자·중도매인간 합의가 우선돼야 한다며 뒷짐을 진 형국이다.

한 도매법인 관계자는 “물류 효율화 측면에서 반대할 이유가 없다”며 “다만 출하자·중도매인 모두 하차거래 전환에 따른 비용 부담이 우려되는 만큼 지원책에 대한 합의가 우선돼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공사 “추가로 의견 수렴”…전문가 “진통 최소화해야”=공사는 배추가 현재 가락시장에서 거래되는 청과부류 193개 품목 중 마지막 남은 차상거래 품목이고, 배추 때문에 물류 표준화 작업이 기약 없이 미뤄져 왔기 때문에 더이상 시행을 늦춰선 안된다는 방침이다.

다만 이해관계자의 반발이 심한 만큼 11월말까지 추가로 의견 수렴 과정을 거치기로 했다.

공사 관계자는 “공정한 거래 질서라는 측면에서 재는 없어져야 할 관행”이라며 “물류 효율화에 따른 사회·경제적 편익을 고려한다면 하차거래는 반드시 시행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2018년 양배추 하차거래 전환 때 극심한 진통을 겪었던 점을 고려해 공사가 중재자로서 이해당사자 설득에 적극 나설 것을 주문하고 있다.

권승구 동국대학교 식품산업관리학과 교수는 “팰릿 하차거래는 산지 여건상 실행 불가능한 농가가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하차거래가 산지에 어떤 이득이 있는지 등 충분한 설득 과정을 거치지 않고 실시하면 진통이 예상된다”고 했다.

위태석 농촌진흥청 연구관도 “하차거래로 인해 어떤 편익이 증가하는지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못하면 이해당사자의 합의를 도출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물류 효율화를 위한다는 당위적인 주장뿐 아니라 실증적인 자료를 통해 납득시킬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민우 기자 minwoo@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