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축산신문=박현렬 기자]

“대학교 졸업 직후 롯데그룹에 입사할 당시부터 모든 답은 현장에 있다는 생각으로 많은 관계자들을 만나고 고견을 들어왔습니다. 도매시장에서도 이 같은 생각은 변함이 없습니다.”

지난 1월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사장으로 취임한 문영표 사장은 지난 4일 앞으로 3년의 임기 동안 많은 유통인들을 만나 이슈를 살펴보고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문 사장은 서울시공사가 합리적 조정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업무 체계 개편을 통해 좀 더 성숙한 조직으로 거듭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 시장도매인제 도입 꼼꼼히 검토할 것

“공영도매시장이 제 역할을 수행하는데 경매제 중심의 도매시장법인 역할이 컸다는 것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부분입니다. 그러나 급변하는 시장 환경 변화와 1~2인 가구를 고려한 유통 등을 고려할 때 경매제라는 하나의 거래방법만으로는 소비지 시장에 대응할 수 없습니다.”

문 사장은 경매제와 시장도매인제는 각 거래방법이 가진 장점이 있기 때문에 어느 한 거래방법만을 고수하며 논쟁할 사안은 아니라고 밝혔다. 다만 구매자가 도매시장을 더 많이 찾기 위해서는 다양한 상품과 품위, 물량 등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이를 위해 시장도매인제 도입이 검토돼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법 개정을 통해 거래방법을 도입하는 것은 하드웨어적인 부분이고 그 거래방법을 안정적으로 안착시키기 위해서는 좀 더 많은 준비가 필요합니다. 경매제 중심의 중도매인들의 역할은 앞으로도 지속돼야 하며 공익성을 내세운 시장도매인제를 움직일 수 있는 조직과 프로세스를 갖춘 후에 도입 논의가 이뤄져야 하는 것이죠.”

문 사장은 가락동농수산물도매시장의 경쟁력 강화와 활성화를 위해서는 소분, 가공, 재포장 등을 바탕으로 한 저온시설이 확충돼야 한다는 의견도 밝혔다.

그는 “전국의 농수산물 생산량은 매년 0.2% 증가하는데 가락시장의 연평균 과일 부류 실적은 3.9%, 채소도 1.7% 빠지고 있다”며 “수산부류도 1990년대 연 20만 톤이 거래됐으나 지금은 9만 톤도 위협받고 있어 시설현대화와 유통물류체계 효율화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밝혔다.
  
# 시스템 기반의 공동물류 체계 구축 필요

“원물을 바탕으로 한 오프라인 거래체계에서는 가락시장의 거래실적이 지금보다 더 급격하게 감소할 수 있습니다. 가락시장 시설현대화사업의 최종 모습은 수도권 거점 물류화를 기반으로 한 유통 허브의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문 사장은 가락시장 시설현대화사업은 단순한 건물 현대화가 아닌 물류시설·콜드체인 기반의 소분시설·가공시설을 확충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온라인, 대형유통업체의 산지 직거래 비율이 높아지는 가운데 플랫폼 업체들도 가공, 생활부문에서 농산물로 주 취급상품을 넓히고 있기 때문에 이들의 눈을 도매시장으로 돌리기 위한 체제 개편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 가락시장 현안 소통 바탕으로 해결 모색 

그는 서울시공사와 유통인 사이의 법적 소송과 시설현대화사업, 통합정산조직 등의 현안문제를 소통을 통해 해결하겠다는 의지 또한 피력했다.

“공사와 유통인들 사이의 소송이 현재 21건인데 하나씩 살펴보고 있습니다. 합의를 통해 철회하는 것도 검토 중입니다. 서울시공사와 유통인들은 가락시장의 경쟁력 강화와 활성화라는 공동의 목표를 위해 나아가야 합니다. 이에 단순한 문제로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최근 한국농산물중도매인조합연합회 서울지회가 감사원에 공익청구한 것에 대해서도 공사가 소통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은 최선을 다하겠다고 설명했다.

문 사장은 “최대한 중도매인들의 요구사항이 시설현대화사업에 관철돼야 한다는 입장이 있기 때문에 물리적으로 한계가 있는 부분이 아니라면 해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통합정산조직에 관해서는 “농림축산식품부와 논의 중인 사항으로 대명제는 중도매인의 거래활성화로 설립 이전 이해관계자들과의 논의, 제도 보완이 필요하며 아직까지 결정된 사안은 없기 때문에 관련 업무를 진행하면서 관계자들과 소통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