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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농민신문(2017.1.20)/사과·배, 값 낮아도 발길 한산…매서운 ‘김영란법 한파’
작성자 관리자 날짜 2017.01.23 조회수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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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대목 사라진 과일시장 ]사과·배, 값 낮아도 발길 한산…매서운 ‘김영란법 한파’

과일값 최대 40% 하락 불구 재고물량 늘어

출하량 줄어드는데 내림세 지속…농가 ‘한숨’

“가공용 수매 확대 등 특단 대책 마련해야”

 

포토뉴스

설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과일 등 농산물 판매는 꽁꽁 얼어붙었다. 17일 오후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 과일경매장(왼쪽사진)에는 팔리지 않은 선물세트가 가득 쌓여 있고, 강동구의 한 대형 마트 과일 선물세트 코너에는 고객들의 발길이 뜸하다.

 “20년 넘게 시장에서 일했지만 올해같은 경우는 처음인 거 같아요.”

 17일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 과일 경매장에서 만난 한 상인은 기자를 만나자마자 한숨 섞인 푸념을 늘어놓았다. 설이 코앞인데 도무지 사과·배 등 과일 선물세트가 팔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시곗바늘이 오후 4시를 가리키고 있었지만 상인의 말대로 가락시장에서 영업 중인 6개 법인 과일경매장에는 평소와 다르게 팔리지 않아 남아 있는 재고물량이 가득 쌓여 있었다.

 그 시각 서울 송파구에 있는 한 대형 마트. 예년 이맘때라면 한창 고객들로 붐벼야 할 시기이지만 매장은 제법 한산했다. 마트 과일팀장은 “전반적으로 선물세트 매출이 줄어든 가운데 과일은 지난 설과 비교해 20% 이상 매출이 줄었다”며 “돌아가는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설 대목’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설 경기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다.

 특히 연중 전체 판매의 40~50%가 설·추석 명절에 이뤄지는 과일 시장의 침체가 심각해 특단의 대책마련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태가 심각하다는 판단 아래 유통업계는 과일가격이 예년보다 많이 떨어졌는데도 매기가 살아나지 않는 원인 분석에 나서는 모습이다. 일부 농가들 사이에선 출하시기를 설 이후로 늦추려는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우선 가락시장은 제수용·선물용 과일의 대표 격인 사과·배의 가격이 지난해 같은 때보다 최대 40%가량 떨어져 맥을 못 추는 상황이다.

 17일 가락시장에서 거래된 <후지> 사과 10㎏들이 상품가격은 2만238원으로, 최근 5년 동안 설 이전 21일의 평균가격을 나타내는 표준가격(3만2426원) 대비 38% 낮았다. <신고> 배 가격 하락은 더 심각해 15㎏들이 1상자가 2만5484원에 거래돼 표준가격(4만5267원)보다 44%나 떨어졌다.

 성해진 서울청과 경매사는 “설을 앞두고 지난해보다 사과 물량이 20% 정도 늘었지만 가격은 최대 40%나 떨어졌다”며 “경기도 좋지 않은 데다 대형마트나 백화점에 외국산 과일세트가 늘면서 수요가 급감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배도 사정은 비슷하다. 가락시장 내 중앙청과에서 유통되는 배는 1일 물동량이 금액기준으로 작년 이맘때 최고 4억5000만원까지 올랐지만 현재는 3억5000만원 수준에 그치고 있다.

 김갑석 중앙청과 경매사는 “배는 올해 작황이 좋지 않고 품위가 낮은 탓에 가격이 전년보다 못하다”면서 “‘청탁금지법(김영란법)’으로 선물 수요까지 급감하는 등 전반적인 소비부진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날씨마저 좋지 않는 등 악재가 겹치면서 설 대목이라는 말이 무색하다”고 김 경매사는 덧붙였다.

 이처럼 서울 중앙도매시장에서 판매가 저조하다보니 그 파장은 산지에 고스란히 전달되고 있다.

 대구경북능금농협의 포항공판장은 최근 하루 사과 출하량(10㎏ 기준)이 1500상자를 넘기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2000상자까지 출하되던 상황과 비교하면 물량이 25%가량 줄어든 상태다.

 김동률 경매사는 “전국적으로 흐름이 좋지 않아 농민들이 많이 고생하고 있다”며 “갈수록 출하량이 줄어드는데도 가격 하락세가 멈추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과는 저장성이 높아 2·4분기까지 출하를 늦출 수 있긴 하지만 현재 상황에서는 출하를 늦춰도 가격 반등은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출하 농가는 답답하기만 하다. 사과 재배농가 장종구씨(57·경북 포항)는 “시장 상황이 피부로 와닿을 정도로 지난해와 차이가 난다”며 “특별히 손쓸 방도가 없어 출하를 늦춰야 하나 고민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일부에서는 정부가 사과 수출확대로 활로를 열어주고 가공용으로 수매를 늘려주면 저장량이 줄면서 가격이 오를 수도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성홍기·김동욱·김난·윤슬기 기자 hgsung@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