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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농민신문(2022.10.28)/잿더미로 변한 대구농수산물시장…농산물 거래 ‘비상’
작성자 관리자 날짜 2022.10.31 조회수 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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잿더미로 변한 대구농수산물시장…농산물 거래 ‘비상’

입력 : 2022-10-28 00:00

건물 8000㎡, 69개 점포 전소

거래장부·컴퓨터 등 모두 불타

생계수단 잃은 상인 ‘망연자실’

당분간은 수기식 경매 불가피

출하주들 피해 입증도 어려워

비상대책반 가동…생계지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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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대구농수산물도매시장이 전날 발생한 대형 화재로 과일과 채소가 나뒹구는 처참한 모습이다.

“여보이소. 바로 앞에가 우리 가게인데 홀랑 타서 알아볼 수가 없습니더. 밤새 여기서 한숨도 못 잤습니더.”

26일 오전 11시경 찾은 대구 북구 매천동에 있는 대구농수산물도매시장(매천시장) 내 청과시장 농산 A동은 화마로 폐허가 된 상태였다.

전날 오후 8시27분께 청과시장 동편 한 점포에서 발생한 불은 건물 8000㎡(2420평), 69개 점포를 전소시켰다. 폭삭 주저앉은 건물 지붕 골조는 엿가락처럼 휘었고 남은 구조물은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 덕지덕지 간신히 붙어 있었다.

바닥에는 타고 남은 귤·단호박 등 과일과 채소가 나뒹굴었고 집기류는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었다.

경찰 통제선 밖에서는 불에 타버린 점포를 안타깝게 바라보는 상인들의 탄식과 한숨이 연신 이어졌다. 하룻밤 새 생계를 잃어버린 상인들은 고개를 떨군 채 망연자실해했다.

이곳에서 30년 넘게 장사를 했다는 김모씨는 “지난밤에 불이 났다는 소식을 듣고 허겁지겁 왔더니 건물이 불바다로 변해 가까이 가지도 못했다”며 “점포 안에 있던 냉동창고·오토바이·집기류 등 모든 게 타버려서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막막하다”고 말하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면서 그는 “오늘도 거래처에 납품을 해야 하는데 당장 납품은 고사하고 거래가 끊길까 봐 걱정이 태산”이라고 덧붙였다.

자택이 시장 근처라는 한 채소상인은 “소방차가 시장 쪽으로 쏟아져 들어가길래 큰일 났다 싶어 달려왔는데 이미 불길이 점포를 집어삼킨 상태였다”면서 “상인들이 외상거래한 기록이 담긴 장부와 컴퓨터도 모두 타버려 어디에서 얼마를 주고받아야 하는지도 모른다”며 주저앉았다.

농산 A동 동편에서 시작된 불은 동풍을 타고 번져 3시간30여분 만에 대양청과·효성청과·농협북대구공판장·중앙청과 등 4개 도매법인의 청과경매장을 휩쓸었다. 이에 경매를 위해 하역해 둔 과일·채소 등은 잿더미로 변했다.

또한 전산서버와 전자기기 등도 모두 소실돼 간밤에 출하된 농산물의 경매에도 차질이 생겼다.

박순민 농협북대구공판장 차장은 “화재로 경매장 자체가 기능을 상실한 탓에 불이 완전히 진화되고 난 이후 새벽녘에 화재를 피한 농산물에 대한 경매를 수기식으로 진행했다”면서 “화재를 이유로 산지의 농산물 출하를 거부할 수 없어 당분간은 시장 내 자투리 공간에서 견본거래 형식의 수기식 경매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뿐만 아니라 간밤에 시장으로 출하한 출하주들의 피해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시장 관계자들에 따르면 출하농산물에 대한 송품장도 모두 불타서 간밤에 누가 얼마만큼의 농산물을 출하했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박 차장은 “송품장을 전산에 입력해서 출하주와 물량을 확인하는데 모두 타버려서 출하주 피해를 알 방법이 없다”며 “게다가 인수증을 잘 챙기지 않는 출하주들도 많아 출하주들이 피해를 입증하기도 어렵다”고 우려했다.

이같은 상황에 대구시는 26일 행정부시장 주재로 관계기관 긴급대책회의를 열고 ‘농수산물도매시장 화재 사고 대책반’을 구성해 비상운영체계를 가동하기로 했다.

유통 종사자와 대책회의도 열어 임시 경매장 설치 등 점포를 최대한 빨리 마련해 신속하게 영업을 재개할 방안을 내기로 했다.

시는 우선 김장철 농산물 출하기에 경매 차질을 최소화하기 위해 온라인 거래를 확대하기로 했다. 또한 도매시장 내 주차장·공터 등에 임시 경매장, 중도매인 점포를 설치할 계획이다.

아울러 피해를 본 상인들에게는 경영안정자금을 지원하는 것은 물론 긴급생계지원도 검토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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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대구농수산물도매시장 화재 현장에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경찰·소방·한국전기안전공사 등으로 구성된 합동감식반이 화재 감식을 진행하고 있다.

한편 화재 현장에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경찰·소방·한국전기안전공사·한국가스안전공사 등으로 구성된 합동감식반이 화재 감식을 진행해 발화지점 규명과 화재 원인 등을 조사하고 있다.

감식 결과는 열흘쯤 뒤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 화재가 난 농산 A동은 샌드위치 패널 구조물로 스프링클러 등 현대화된 자동 소방탐지설비 등이 설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합동감식반은 화재 당시 자체 소방설비의 작동 여부, 인화성 물질 사용 부주의에 따른 실화와 방화 여부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조사하고 있다.

대구=김동욱 기자